8/26/2019

[호텔 델루나] 고청명의 사랑


참 나약하고 비겁한 사랑.

무주국의 주류층에 편입한 고구려 유민인 고청명.
어쩌다가 도적떼인 장만월을 만나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장만월 한 명은 보호할 수 있다며 자신에게 오라고 했다.
당연히 장만월은 거절한다. 다른 모든 사람을 버려야 하니.

장만월에게 내가 너와 함께 갈까? 하며 묻는다.
당연히 장만월은 거절한다. 역시 모든 사람을 버려야 하는 일이니.
(모든 것을 버리고 홀연히 장만월에게 나타났다면 다시 가라고 쫓아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장만월에게 모두를 버리고 자신에게 오라고 말하려면,
자신도 모두를 버리고 장만월과 함께 할 각오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은 모든 것을 버릴 수 없었다.
자신의 가족과 지인이 위협당하니 아직 반란군에 가담하지 않은 도둑 무리와
평범한 마을 사람들을 반란군으로 몰아 몰살했다.

고의는 아닐지 몰라도 배신은 맞다.
(많은 경우에, 고문 끝에 배신을 했더라도 그 사람은 배신자 취급 받았다.
해리 포터에서 초챙은 엄브리지가 베리타세럼을 먹여서 비밀을 발설했지만, 그래도 다른 아이들에게 미움 받았다. 그것은 불가항력이었는데도 말이다.)

배신했으니 구차하게 변명하지말고, 끝까지 배신자로 살아서
만월이를 살리라는 연우의 말도 지키지 못했다.

완전히 배신자가 되어 깔끔하게 복수의 칼을 받고 죽든지,
완전히 뒷통수 친 배신자로 남는 것이 억울하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빈 다음 장만월의 결정에 따르든지 할 것이지.

그러기는 또 자존심이 상했는지 이도 저도 아니게,
죽기 전에 주절주절 이상한 말하고 자살을 해버려서,
만월이가 복수도 제대로 못하고 천추의 한을 안고 1300년을 증오와 자기 혐오 속에 살게게 하다니,
참 비겁하고 이기적인 사랑이다.


그런데 장만월이 고청명이 아닌 구찬성의 사랑을 선택한 것을 아쉬워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

구찬성의 사랑은 강인하고 용감하며 희생적이며 아무나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다.
고천명의 사랑은 비겁하고 이기적이지만,
그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평범한 사랑이기에
고천명의 편을 드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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