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2018

(영화) 나자리노(Nazareno Cruz Y El Lobo) (1975)


레오나르도 파비오(Leonardo Favio) 가 감독한 1975년에 발표된 나자리노(Nazareno Cruz Y El Lobo : Nazareno Cruz and the Wolf) 아르헨티나 영화로 늑대인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늑대인간은 유럽전설인데 웬 남미에서 늑대인간? 이라고 생각했는데...)
Lobo란 단어를 보니 시튼 동물기의 늑대왕 로보가 생각난다. 그저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페인어로 늑대라는 의미였군(늑대왕 늑대?).

늑대인간이 주제이지만, 공포영화가 아니라 슬픈 사랑 영화이다.

줄거리 ⥥펼치기

영화의 전개가 무척 특이하다. 둘이 만나서 대화를 하며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 눈이 마주친 둘은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그 다음은 마치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같다. 음악과 함께 별 대화 없이 화면으로 둘이 사랑에 빠진 것을 표현한다.
연기도 구성도 일부러 그런 것인지 상당히 작위적으로 보인다.
영화 곳곳에서 남미 지방의 아직 서구화되지 않은 전통적인 생활 모습과 자연을 볼 수 있다.
길에서 낯선 사람(악마)이 나자리노에게 사랑을 포기하면 저주를 없애주고 금은보화를 주겠노라고 유혹하는 장면은 광야에서 사탄이 예수를 유혹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기괴한 장면들과 묘한 영상미를 가지고 있으며, 곳곳에 뭔가 많은 상징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한 초현실적인 장면이 산재해 있다. 많지 않은 대화 속의 단어에서도.
남미  문화를 잘 알면 그 상징들을 알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자리노와 악마의 대화를 보면 낯선 사람의 영지인 그 이상한 곳은, 나자리노의 아버지와 형들이 그곳에 있다가 더 좋은 곳으로 부름을 받아 갔다고 하는 것을 보니, 연옥인 모양이다. 기괴한 모습들의 사람들은 연옥에서 죄값을 치루고 있는 사람들인가.
연옥의 영주로 살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악마, 사랑을 선택함으로서 천국에 들게 될 나자리노에게 자신에게 이제 악마노릇이 힘들다고 신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악마..
많은 매체에서 천사들은 자유의지 없이 신의 말씀을 따르는 자로 표현되는데(자유의지를 갖게 되면 보통 타락천사가 된다), 그렇다면 사탄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이상한 생각이 머리에 스친다.

늑대인간으로 변한 젊은이와 아름다운 소녀의 지고지순한 사랑, 어찌보면 조금 진부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여자 주인공이 너무 어려보여 자꾸 소녀라고 칭하게 된다. 몇 살이었는지 모르지만 1975년이면 요즘 사람들 보다 약간 어른스러워 보일텐데)

그런데.....
일곱번째 아들에 대한 전설이 있다.
Luisón
신화 속 Luison의 조각
Patty P [Public domain]
유럽에서는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사이에 딸은 없어야 한다.) 특별한 치유력을 갖거나,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이 있다거나..
남미에는 아들만 있는 집의 일곱 번째 아들은 Luison이란 괴물로 변하는 저주를 갖고 태어난다는 전설이 있다.
이 전설은 과라니(Guarani)족의 신화에서 유래한다.
악의 정령인 타우(Tau)는 아름다운 인간 여인 케라나(Kerana)를 납치해 그 사이에서 일곱 명의 아들을 얻는데, 타우가 케라나를 겁탈한 것에 대한 달의 여신(Arasy)의 저주로 한명만 빼고 모두 괴물로 태어난다.  아들 모두 뭔가를 상징하는 정령 또는 신인데, 막내인 일곱 번째 아들 Luison은 죽음의 신으로 사람의 형상이 아니라 온몸을 덮는 길고 더러운 털이 나 있고,  무시무시한 얼굴에 부패와 죽음의 냄새를 풍기고 다닌다. 썩은 고기와 시체를 먹이로 하고, Luison이 사람의 다리 사이를 통과하면 그 사람도 Luison으로 변한다고 한다.
유럽에서 이주민이 들어 오면서 이 신화가 유럽의 늑대인간 전설과 섞이며, Luison은 죽음의 신으로서의 모습을 잃어가고 사람과 개가 섞인 모습의 괴물로 그 다음 늑대인간으로 변했다. 그렇게 일곱번째 아들은 늑대인간이 되는 저주를 받는다는 전설이 완성되었다.
그 전설에 의하면 딸 없이 아들만 있는 집의 일곱 번째 아들은 13세가 된 이후부터 보름달이 뜨는 밤 늑대인간으로 변하게 되며, 유럽의 늑대인간과 마찬가지로 밤마다 사냥하고 죽이고, 물어서 늑대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어떤 이야기에서는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밤에만 나타난단다.
남미에서 늑대인간은 Luison, Lobison, Lobisomen(문자 그대로 wolf-man)이라 불린다. Luison이 유럽 전설의 영향을 받기 이전 원래 무엇을 의미했는지는 사라져서 알 수 없다고 한다.(과라니족은 문자가 없어서 모든 신화는 구전되어 왔으므로 그 의미의 근원에 대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고. 세종대왕님 고맙습니다.)
이 영화는 유럽인이 남미에 들어 온 후 변형된 전설을 차용했다.

이것을 알고 보니 영화가 다르게 보인다. 지고지순한 사랑의 이야기 속에 숨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눈처럼 하얀 피부와 금발을 가진 여자 주인공과 검은 머리, 햇볕에 그을린 피부를 가진, 딱 보고 남미 사람인 것을 알 수 있는 남자 주인공.
금은보화를 거부하고 사랑을 택한 나자리노는 유럽 제국주의에 침략당해 많은 것을 잃어버린 남미가 돈에 의해 정복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것을 선택한다는 감독의 이상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의 비극적 사랑은 남미의 정체성이 유럽의 문화와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
소녀의 아버지에 의한 나자리노의 죽음은 유럽인에 의해 말살당한 남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지.
나자리노에게 사랑을 버리고 금은보화를 선택하도록 유혹하고, 그리셀다의 아버지에게 나자리노를 죽일 것을 권했지만, 악마 노릇이 하기 힘들고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악마는 과거 유럽의 제국주의에 굴복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지금의 모습이 힘들고 신에게 부탁해서라도 다시 정체성을 찾고 싶은 남미 사람의 심정을 대변하는지도.
죽은 후 천국에 든 것을 상징하는 듯한, 에덴 동산의 아담과 하와의 모습같은 마지막 장면은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두 문화의 평화로운 조화를 나타내는 것일지도.

너무 나갔나?

역시 대단한 Youtube  온전한 영화가 있다. 그런데 자막이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18In3qVbr-0
자막은 http://cineaste.co.kr/bbs/board.php?bo_table=psd_caption&wr_id=979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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