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2018

한글날을 맞이하며


요즘 TV는 외래어는 할 수 없다 쳐도, 외국어의 홍수이다.
특히 외국어 발음대로 쓴 영화 제목들은 정말... 차라리 원어로 쓰든지
런던 해즈 폴른, 컨저링, 등등... 갑자기 생각하려니 생각이 나지 않아.
"Gone Girl"을 "나를 찾아줘"란 제목으로 개봉한 것은 정말 멋졌다.

방송매체들은 마치 우리말 단어를 없애려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말 단어를 사용하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모양.
외국어 단어의 발음을 우리말로 제대로 표기할 수 없으니 잘못 표기해 놓고, 그대로 읽고 말하다 보면, 그 잘못된 발음에 익숙해져 자신의 외국어 발음을 망가뜨리게 된다.
내가 제대로 발음할 줄 알아야 그 단어가 들린다.
우리말은 우리말대로 망가뜨리고, 제대로 배워야 할 외국어 발음은 외국어 발음대로 망가뜨리려는 원대한 계획이라도 있나 보다.

팩트라는 말 정말 듣기 싫다. 사실이라고 하면 안되나?
예전 외국에 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때에 외국어를 하면 조금 유식 하다거나, 세련되었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2개 국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두 언어를 마구 혼용해서 사용하지 않더라.
어쭙잖게 외국어 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외국어를 섞어 사용하지.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외국어를 마구 섞어서 사용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허영심과 자만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사실 그렇게 명사만 사용하는 것 누가 못하나.
예능 프로그램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그러는 것은 뭐지.
'사실 확인'이란 말 놓아 두고 '팩트 체크'가 뭐냐
사실 확인도 한문이라고 뭐고 하는 사람 있을지 모르지만, 한자이지 중국어가 아니다. 이미 우리말화된지 오래된 말이다.
당연히 중국어라 말하면 안된다.
그리고 fact check의 발음은 팩트 체크가 아니다.

우리말을 사용도 이상하다.
고급지다는 말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천박한 느낌?
소유격 '의"대신 에를 쓰는 경우도 너무나 많고,
존댓말은 정말 걱정스럽다. 모든 말을 존대 하다 보니, 무생물을 존대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말하면서 자신에게까지 존대를 한다.

발음도 정말 엉망이다. "ㅐ"와 "ㅔ" 구별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애"와 "예"는 구분하여 발음하는 경우가 많지만,  초성이 있는 "ㅐ"와 "ㅖ"는(개와 계, 래와 례, 패와 폐, 해와 혜 등) 대부분 "ㅐ"로 발음한다. 
나는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이 지금까지 "해리"인 줄 알았다. (다들  "해리"라고 발음을 하니. 그런데 "혜리" 였다. 그리고 배우 본인도 자신의 이름을 "해리"라고 발음한다.)
"ㅚ" "ㅙ" "ㅞ"는 "ㅙ"로 통일 되었다.

영어 발음은 조금만 잘못해도 놀리는 일이 허다한데, 왜 우리말 발음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일까.
전문 방송인, 아나운서들이라도 정확한 발음을 구사했으면 좋겠다.

예전에  비정상회담에서, 캐나다 사람인 기욤 페트리가 퀘백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영어는 부담없이 말하지만, 프랑스어는 사용을 꺼려하는 것을 보았다. 거기 함께 출연하던 벨기에  사람인 줄리앙(?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음)과 프랑스 사람인 로빈(이 사람도 이름이...)이 기욤 페트리가 하는 프랑스어를 듣고 놀리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말과 우리 글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문화적으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 인가를 깨닫게 한 경험이었다.

나도 요즘 계속 국어가 부족함을 느낀다.
내가 학교 다닐 때와 철자가 다르게 변한 것이 많아서 철자도 자신 없고, 문법도 잊어버려서 수시로 확인을 해봐야 할 경우도 많다.
띄어쓰기는 너무 어렵다. 헷갈리면 찾아보기나 하는데, 당연하게 틀린 것을 맞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말을 망가뜨리지 말고,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 

한글날에만 수선 피우지 말고 늘 우리말을 아꼈으면.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